[PCB 심층분석]포천 식당은 왜 줄줄이 문을 닫나

"식당이 너무 많아서?"…진짜 문제는 식당이 아니라 시민들의 지갑이었다

서을순 기자 | 기사입력 2026/06/10 [17:07]

[PCB 심층분석]포천 식당은 왜 줄줄이 문을 닫나

"식당이 너무 많아서?"…진짜 문제는 식당이 아니라 시민들의 지갑이었다

서을순 기자 | 입력 : 2026/06/10 [17:07]

  © PCB시민방송,포천 지역 식당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조명한 PCB시민방송 심층분석 이미지. 최근 외식 물가 상승과 소비 위축이 이어지면서 식당 폐업이 증가하고 있으며, 자영업자들은 "IMF 때보다 어렵고 코로나19 때보다 힘들다"며 지역경제 침체를 호소하고 있다. (AI 생성 이미지)


저녁 8시.

 

포천 최대 상권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송우리 거리를 걸어봤다.

 

일부 먹자골목을 제외하면 생각보다 거리는 조용했다.

 

불이 꺼진 점포.

 

임대 문의가 붙은 상가.

 

손님보다 빈 테이블이 더 많은 식당.

 

상인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꺼냈다.

 

"예전 같지 않아요."

 

신읍동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 PCB시민방송, 6월 9일 저녁 9시 36분 촬영한 모습

 

구절초길 일대 식당가를 제외하면 예전 같은 활기를 찾기 어려운 곳이 적지 않다.

 

저녁 시간이 지나면 한산한 거리가 눈에 띄고 빈 점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나마 포천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된 지역이 이 정도다.

 

그렇다면 영북면과 이동면, 관인면, 창수면, 영중면, 일동면 등 면 단위 상권의 현실은 어떨까.

 

실제 현장에서는 "주말 아니면 손님 보기 힘들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식당이 너무 많아서 망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문제는 경쟁이 아니었다.

 

손님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민들의 지갑이었다.

 

  © PCB시민방송

 

"경쟁보다 무서운 건 손님이 없는 겁니다"

 

송우리에서 12년째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54) 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예전에는 평일 저녁에도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금요일과 토요일을 제외하면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신읍동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박모(61)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식당이 많아서 힘든 게 아닙니다. 외식 자체를 안 해요. 손님들이 점심도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실제 전국 통계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음식점업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신규 창업보다 폐업이 더 많은 업종으로 나타났다.

 

폐업률 역시 전체 업종 가운데 최상위권을 기록했다.

 

외식은 줄고 도시락은 늘고

 

문제는 물가다.

 

포천 역시 예외가 아니다.

 

냉면 한 그릇 1만2천 원.

 

칼국수 1만 원 안팎.

 

삼겹살 1인분도 2만 원에 가까워졌다.

 

직장인 점심 한 끼가 부담스러운 가격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시민들의 소득은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사람들은 선택하기 시작했다.

 

식당 대신 편의점.

 

외식 대신 간편식.

 

회식 대신 집밥.

 

실제로 편의점 도시락과 간편식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끼 외식 비용으로 두세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식당의 진짜 경쟁자는 더 이상 옆집 식당이 아니다.

 

편의점 도시락과 간편식이다.

 

기자 역시 외식이 부담스럽다

 

본지 역시 취재 과정에서 점심 식사를 대부분 지역 식당에서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점심 한 끼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포천에서도 8천 원, 9천 원짜리 식사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식당 메뉴가 1만 원을 넘어섰고, 저녁에 부부나 친구와 식당을 찾으면 2인 기준 4만 원은 금세 넘어간다.

 

한 달로 계산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기자 역시 자연스럽게 지갑을 먼저 열어보게 된다.

 

그렇다면 일반 시민들은 어떨까.

 

실제로 시민들 사이에서는 "꼭 필요한 약속이 아니면 외식을 줄인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예전에는 가볍게 식당을 찾았다면 이제는 한 번 더 고민하게 된다.

 

결국 많은 가정이 마트에서 장을 봐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거나 편의점 도시락과 간편식으로 한 끼를 대신하고 있다.

 

식당이 망하는 이유를 단순히 경쟁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선거 현장에서도 가장 많이 들린 말은 경기 침체였다"

 

지난 6·3 지방선거.

 

시장과 도의원, 시의원 후보들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포천 곳곳의 상가와 골목을 누볐다.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후보들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정치가 아니었다.

 

경제였다.

 

장사가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

 

한 후보는 본지와 만나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송우리와 신읍동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그런데 면 지역은 정말 심각했습니다. 사람이 없어 인사를 하러 갈 곳조차 마땅치 않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 다른 후보는 씁쓸한 표정으로 당시를 떠올렸다.

 

"불이 켜져 있어 인사를 하려고 들어가 보면 손님은 없고 사장님 혼자 텔레비전만 켜놓은 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솔직히 마음이 무거워질 정도였습니다."

 

선거운동을 하며 만난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하나같이 같은 말을 했다.

 

"손님이 없습니다."

 

"예전 같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손님 몇 팀 받기도 어렵습니다."

 

정당도 달랐고.

 

후보도 달랐다.

 

하지만 상인들이 쏟아낸 하소연만큼은 모두 같았다.

 

결국 이번 선거를 통해 당선된 시장과 도의원, 시의원들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포천 소상공인들이 얼마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말이다.

 

"IMF 때보다 더 힘들다는 말까지 나온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 힘들다", "코로나19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물론 당시와 현재의 경제 상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만큼은 분명했다.

 

송우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이렇게 말했다.

 

"IMF 때도 장사는 했습니다. 코로나 때도 배달이라도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손님 자체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요."

 

또 다른 상인은 고개를 저었다.

 

"코로나 때는 언젠가는 끝난다는 희망이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 모르겠어요."

 

IMF 때도.

 

코로나19 때도.

 

식당 문을 열면 손님이 올 것이라는 기대는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상인들은 말한다.

 

손님이 줄었다.

 

아니.

 

소비가 줄었다.

 

폐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

 

더 큰 문제는 폐업 이후다.

 

식당 문을 닫는다고 빚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권리금은 날아가고 시설 투자비는 회수하지 못한다.

 

남는 것은 대출과 생활비 부담이다.

 

실제로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은퇴 후 퇴직금을 털어 식당을 시작한 40~50대 자영업자들에게 폐업은 단순한 사업 실패가 아니다.

 

생계의 문제다.

 

한 지역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장사가 안 돼서 문 닫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합니다."

 

식당이 망하는 게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식당이 너무 많아서 폐업이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장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손님은 사라진 것이 아니다.

 

다만 외식을 줄이고 더 저렴한 소비로 이동했을 뿐이다.

 

결국 줄줄이 내려가는 식당 셔터는 단순히 한 가게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민들의 소비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이자 지역경제의 체온계다.

 

송우리의 꺼진 간판.

 

신읍동 구절초길 주변의 빈 점포.

 

면 지역 상권의 한산한 거리.

 

그리고 선거운동 기간 후보들이 마주했던 텅 빈 식당들.

 

그 풍경은 단순한 자영업자의 문제가 아니다.

 

포천 경제 전체가 보내고 있는 경고음이다.

 

선거는 끝났다.

 

당선인들은 이제 의정활동과 시정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선거기간 수없이 들었던 소상공인들의 절규를 잊어서는 안 된다.

 

손님 없는 식당.

 

비어 있는 상가.

 

꺼져가는 골목상권.

 

그것은 누군가의 생계이자 포천 경제의 현실이다.

 

식당이 망하는 것이 아니다.

 

그 식당에서 돈을 쓸 사람들의 지갑이 점점 얇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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